티스토리 뷰

자동차의 소리는 단순한 기계음이 아닙니다. 엔진 사운드, 도어 닫히는 소리, 방향지시등 클릭음까지 모두는 브랜드의 개성과 사용자 경험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통해 이러한 소리를 전략적으로 디자인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공 사운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자동차 소리 디자인의 기술적 요소와 사례를 중심으로 자세히 알아봅시다.

사운드 엔지니어링의 기술과 역할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자동차가 내는 모든 소리를 정밀하게 설계하고 제어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차량의 모든 부품은 소리를 내며, 그 중에서도 엔진, 배기, 서스펜션, 타이어 등의 요소는 주행 중 지속적인 소음을 발생시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소음을 줄이는 '소음 억제'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소음을 디자인하는 '소리 조율'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엔진 사운드입니다. 퍼포먼스 차량에서는 강렬한 배기음을 통해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고급 세단에서는 조용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사운드 톤을 구현합니다. 이를 위해 엔진룸 설계는 물론, 배기 시스템의 형태, 머플러의 재질, 공기 흐름까지도 사운드에 영향을 주도록 정교하게 조율합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들은 무향실(無響室)에서 차량 사운드를 테스트하며,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분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쾌한 주파수(드론음), 금속 마찰음, 비정상적인 진동음을 제거하고, 사람의 청각에 가장 쾌적하게 들릴 수 있도록 튜닝합니다. 특히 BMW, Audi, Lexus 등은 전문 사운드 엔지니어 팀을 두고 모델별로 특화된 소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운전자가 듣게 되는 실내 사운드는 외부 소음 차단뿐 아니라 실내 사운드 제어 기술도 중요합니다. 능동형 소음제어(ANC) 기술은 반대 위상의 음파를 생성하여 실내로 유입되는 저주파 소음을 제거하며, 실내 주행감을 향상시킵니다. 이러한 기술은 소리의 품질을 넘어 사용자 경험 UX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브랜드 사운드와 감성 마케팅

자동차 브랜드마다 고유의 사운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브랜드 사운드’ 혹은 ‘사운드 시그니처’라고 하며, 단순한 배기음이 아닌 차량 내외부의 다양한 소리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의 알림음이나 영화사의 로고 사운드처럼 소비자에게 직관적인 인상을 남기기 위한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BMW의 M 시리즈는 강렬하고 고성능 느낌의 배기음을 통해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반면, 롤스로이스는 거의 무소음에 가까운 조용한 주행음을 통해 품격과 안락함을 강조합니다. 도어가 닫히는 소리조차도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며, 고급 브랜드일수록 ‘묵직하고 부드러운’ 도어 클로징 사운드를 위해 도어 프레임 설계와 방음재까지 조정합니다. 또한, 전기차에서는 브랜드 사운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소음이 적기 때문에, 차량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인공 사운드가 필요합니다. 유럽연합은 보행자 보호를 위해 전기차에 ‘AVAS(Acoustic Vehicle Alerting System)’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이를 활용해 브랜드 고유의 사운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감성 마케팅 관점에서도 자동차 사운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동차 광고에서 가속음, 엔진음, 방향지시등 소리를 활용해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고, 차량의 감성을 간접적으로 전달합니다. ‘소리’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감각 중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요소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 브랜드들은 점점 더 사운드를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인공 배기음과 전기차 사운드 디자인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엔진 및 배기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전통적인 사운드 요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조용함’은 전기차의 특징이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조용함이 문제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바로 운전자에게 주행감을 전달하지 못하고, 보행자에게는 위험을 감지할 소리가 없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는 인공 배기음(AES, Artificial Engine Sound)과 외부 사운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포르쉐 타이칸은 스포티한 전기 사운드를 만들어 가속 시 내연기관처럼 짜릿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현대 아이오닉 5 N은 스포츠카처럼 엔진음과 기어 변속음을 인공적으로 구현하여 운전 재미를 극대화했습니다. 이러한 인공 사운드는 단순한 효과음이 아니라, 주파수, 진동, 볼륨 등을 정밀하게 조정한 결과물입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차량의 성능 특성, 타겟 사용자층, 브랜드 이미지 등을 고려하여 맞춤형 사운드를 개발합니다. 특히 전기차는 외부에 소리를 내보내는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행자 보호용 사운드도 함께 디자인되며, 이는 차량의 방향, 속도, 주변 소음 등을 반영해 동적으로 변하게 합니다. 또한, 사용자 맞춤형 사운드 선택 기능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기차는 운전자가 사운드 스타일을 선택하거나, 개인의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합니다. 이는 향후 차량 UX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며,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감성적 경험의 매개체로 바꾸는 중요한 진화 방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소리 디자인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와 감성 경험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소리에 대한 설계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까지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자동차 구매 시 디자인, 성능뿐 아니라 ‘소리’까지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